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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8호]  2020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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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노인복지
[[제1688호]  2020년 5월  23일]

며칠 전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자녀가 노인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갔으나 코로나 감염을 염려하여 유리창 너머로만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모두의 슬픈 미래의 자화상을 보는듯하여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안심과 동시에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안심이라 함은 노인요양서비스의 양적 확대가 이루어져 그동안 중풍이나 치매 등 보살피기 힘든 만성질환 노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요양서비스를 받음으로 노인 자신은 물론 노인을 모시던 가족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걱정이라 함은 서비스를 꼭 받아야 할 노인들이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심사판정에서 제외되지는 않을지서비스 욕구에 따라 적절한 요양시설을 찾을 수 있을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는지그리고 특히 요양시설에서 의식이 분명치 않은 노인들이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으며 그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등이다.

정부는 제도 도입 이후 봇물 터지듯 밀려오는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요양시설을 급히 증설하고 요양보호사를 양산하였다그동안 요양시설의 수가 급증하여 현재 약4,500개의 시설에38만 명을 상회하는 노인들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요양시설을 설치 운영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대형시설(50명 이상200~300명 정도까지)을 선호하고 있으며정부 또한 대형시설이 관리감독하기 비교적 쉽기 때문에 그런 시설 위주로 지원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대형시설은 입원 노인을 규정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그곳에 거주하는 노인은 시설의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가족과 이웃을 떠나 고독하게 여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가족이나 친근한 이웃과 함께 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다그런데 가족의 돌봄이 가장 필요할 때안타깝게도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님을 가정에서 보살피거나 집 근처의 작고 가정과 같은 분위기의 시설에 모셔서 가족이 늘 다닐 수 있다면 노인 자신에게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지역사회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아 가족이 모시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면 자녀들이 굳이 사랑하는 노부모님을 제도적으로 운영되는 큰 시설에 모실 이유가 없다전문가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소규모 요양시설과 재가(在家)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한국적 지역사회보호 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정부는 소규모 요양시설도 적정 이윤을 추구하며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일에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되어 있고지역봉사센터의 역할을 자임하는 교회가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교회는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지역 노인 돌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교회가 수익 목적이 아니라 사회봉사 차원에서 소규모 요양원을 만들어 가족의 빈번한 왕래와 함께 평생 같이 지낸 교인과 주민들의 자원봉사를 받으며 노인 돌봄을 제공하는 일은 초고령사회에 교회가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오래 전 국제노년학회 발표 차 호주 시드니에 갔을 때 소규모 요양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한 할머니가 치매 증상이 있는데 할아버지가 집에서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동네의 소규모 요양시설에 할머니를 입원시켰다할아버지는 바로 옆집으로 이사와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할머니를 만나며 대화도 하고 보살펴 주었다그 요양시설엔 간판도 없고그냥 보통 집처럼 보였다할아버지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따로 살 뿐 아내를 시설에 보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그 후에 알고 보니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요양시설에 유니트 케어(Unit Care)의 개념을 도입하여 한 요양시설에 입원 노인을20명으로 제한하되운영자의 수익을 고려하여 또 하나의 요양시설을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한 시설에20명 이상이 살게 되면 노인은 같이 사는 다른 노인들과 그들을 돕는 간호·간병 인력들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없다는 배려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다행히 최근 우리나라도15명 안팎의 유니트 케어 개념으로 설립되는 요양원이 생겨나고 있다

병약한 노인의 주거문제는 노인복지의 주요 과제이다노인요양원은 결코 혐오시설이 아니고 우리 지역의 이웃이고 어른인 노인을 모시는 공동체 시설이라는 인식이 확대되어야 하겠다우리의 정서에 맞는 건물 디자인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을 집 가까이에서 모시는 풍조가 확산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는 일은 매우 의미있다 하겠다.


김동배 장로

<연세대 명예교수·노인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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