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에 사촌들 가운데서 가장 큰 형님이 계신다. 올해로80세가 되신다. 교회 장로님이셨고 대학 교수로써 한 평생을 사신 형님이시다.몸이 그렇게 건강하지는 못해서 여러 번 수술도 하고 병원에 입원하시는 고비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 얼마 전 그 형님한테 메일이 왔다.내용인즉 팔순을 기념하는 문집을 내려고 하는데 축하의 글을 하나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형님은 특히 시조를 좋아하신다. 여러 권의 시조집을 출판하기도 하고 산문집을 출판하기도 하셨다. 그래서 축하의 글 부탁을 받고 책장에 꽂아 놓았던 형님의 책들을 뽑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참 좋은 글들이 많다. 모두가 신앙의 바탕 위에서 쓰여진 글들이다.

칠십 고개를 넘기면서 쓴 글, ‘조금 느리게’에서 『무에 그리 바빴던지 서둘러 달려 온 길/ 흰 머리 바람에 날려 돌아보니 칠십 고개/ 이제는 조금 느리게 여유롭게 걷자구나』라며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노래하셨다. 또 그의 글‘단순함’에서 『인생은 유한한데 조급하게 서둘다 보면/ 항생제 단위 높이듯 생체리듬 조화 깨져/ 에너지 모두 소진 되어 귀한 생명 단축 된다/ 삶을 단순화해야 노욕에서 해방되고/ 청년정신 이어가며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때때로 스페이스 클리어링 새 에너지 충전 한다』라며 단순한 삶을 노래 하셨다. ‘느리게’와‘단순함’을 엮어‘느리게 단순하게’라는 글에서 『숨차게 돌아가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생각을 가다듬고/ 느릿한 나무 늘보처럼 느긋하게 살 순 없나/ 진화하는 디지로그  꽤 복잡한 세상에서/ 간 초름 정리하고 버릴 것 내려놓고/ 잎 떨군 겨울나무처럼 단순하게 살순 없나』노래했다. 그렇게 살았는데도 벌써 십년이 훅 지나 팔순을 맞이하신다.

팔순기념 문집의 제목이‘나이 듦의 기도’다.  한평생 기도하며 살아오셨지만 결국 마지막 인생의 삶은 기도로 조용히 막을 내리시나 보다. 무슨 기도일까. 감사의 기도, 용서의 기도, 소망의 기도, 위탁의 기도일까 싶다.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의 기도가 생각난다.

서점에 폴 스티븐스 교수의‘나이 듦의 신학’이라는 책이 판매되고 있다. 책 내용에‘나이 듦의 악덕’이 있고‘나이 듦의 미덕’이 있다고 한다. 나이 듦의 악덕은 교만, 시기, 분노, 태만, 탐욕, 탐식, 음욕이고, 나이 듦의 미덕은 사랑과 믿음과 소망이라고 했다. 그래서 팔순을 맞이하는 형님께‘나이 듦의 기도’가‘나이 듦의 미덕’으로 열매 맺기를 기도한다고 축하의 글을 적어 보냈다.

주위에 나이 들어가는 분들이 많이 눈에 띤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볼썽사나운 분들이 참 많다. 나이가 들수록 좀 느리게 여유를 가지고 복잡한 것을 훌훌 털고 좀 덕스러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건만,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나이 듦의 악덕을 내뿜으며 사는 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느 순간 한꺼번에 다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선 멀리서 고도를 서서히 낮추는 것 마냥 미리미리 착륙 준비를 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 같다. ‘나이 듦의 미덕’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정민량 목사

<대전성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