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이사 날짜를 잡아 놓고 열심히 이사 갈 집을 수리하고 있다. 긴 장마로 예정된 날짜보다 한참 늦어져서 남은 기간이 분주하다. 그러다보니 일을 몰아서 할 수밖에 없다. 집 안팎에서 여러 명의 인부들이 무더운 시간 땀을 흘리며 수고하신다. 건물 밖에서는 선풍기를 틀어 놓고, 건물 안에서는 임시로 설치된 에어컨을 틀어 놓고 일을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의 열기는 식힐 방법이 없다. 적당히 더위에 적응하면서 일할 수밖에 없다.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감사가 절로 난다.

공사 부분별로 계약을 해서 일을 진행한다. 공사비 안에는 식사비, 간식비 모든 것이 일체 포함되어 있다. 주인이 신경 쓰고 간섭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공사 현장에 가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 장로님과 집사님이 계셔서 감독은 하시지만 내가 살 집이니 내 의견과 내 생각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 머물 때가 많다. 거친 건축 일을 하시는 분들의 말이나 행동이 좀 거칠 수도 있지만, 오시는 분들마다 몇 마디 나누어 보면 얼마나 순수한지 참 감사하다. 도시에서 가까운 시골 마을이다 보니 마땅한 식당도 없다. 감사하게도 시골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 하나가 있어서 다행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조를 나누어 매일매일 순번으로 나오셔서 음식을 만드신다. 솜씨에 따라서 음식 맛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런대로 토속적인 음식으로 먹을 만하다. 인심도 후하다. 동네 어르신들이니 마음이 풍성하고 어제보다 반찬이 맛있다고 하면 오히려 더 감사해 하신다.

나는 무더위에 공사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것이 일이다. 미리 식당에 전화를 해야 동네 어르신들이 아침에 만든 맛있는 두부도 남겨 놓으신다. 공사비에 식사비도 다 포함해서 드렸지만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끼 대접해 드리는 것이 참 좋다. 점심 한 끼 대접 받으시는 분들은 얼마나 감사해 하는지 모른다.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내가 목사라고 하니 전에 어떤 교회 공사하고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교회 일이라면 하기 싫다는 이야기, 교인들은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다. 목사 앞이라 좀 미안해하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다.

전에 교회 건축할 때 생각이 난다. 공사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회에 와서 공사를 하고 있으면서도,교회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교회 공사를 하고 속상했던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다. 공사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에게‘예수 믿으라’는 소리는 아예 꺼내지도 못할 형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나 식사 대접을 정성껏 하자는 생각이었다. 부지런히 대접해 드렸다. 그랬더니 일을 마치고 나가실 때는 이런 교회 일이면 얼마든지 하겠다고 언제나 불러 달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떠난다. 공사비도 약속 날짜를 한 번도 어겨본 일이 없다. 빚을 얻어서라도 약속 날짜를 지켰다.

오늘도 집수리 현장에 가보려고 한다. 식사 때에 맞춰 가서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고 한다. 식사 비용이 너무 나간다고 한 소리 해도, 못들은 척 하려고 한다. 오늘 새벽기도회에 묵상한 말씀이‘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하라’(롬15:2)는 말씀이었다. 신이 난다.

정민량 목사

<대전성남교회>